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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왓슨 페미니즘 옳은 페미니스트의 자격

페미니즘에 관한 논쟁이 뜨겁다. 특히 요즘에 화두가 되는 것은 '옳은 페미니스트'의 기준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대체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왜 누군가는 '꼴페미', '민감하고 분위기 망치는 여자'가 되며 누구가는 '페미니스트'가 되는가? 


많은 사람들, 특히 페미니스트의 일부를 '극성'이라고 규정하는 남성들도 엠마왓슨을 일컬으며 옳은 페미니스트의 기준이라고 흔히 얘기한다. 자, 그렇다면 엠마왓슨이 주장한 '페미니스트'에 대해 살펴보자.



(출처-엠마 왓슨 UN 연설 중 캡쳐)


엠마왓슨의 2014년 UN 연설을 살펴보면 그녀가 가진 페미니스트에 대한 오랜 고민과 생각을 살펴볼 수 있다. 오랜 기간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 온 유럽 문화권에서 태어났고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현재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배우인 엠마왓슨이 겪었던 성불평등과 페미니즘의 현실을 얘기하고 있다. 그 중에서 인상적인 구절 몇 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I was appointed as Goodwill Ambassador for U.N. Women six months ago and the more I’ve spoken about feminism, the more I have realized that fighting for women’s rights has too often become synonymous with man-hating.


저는 6개월 전 UN Women 의 친선 대사로 임명되었고 제가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면 말할수록 그만큼 여성의 권리에 대한 투쟁이 남성 혐오와 동의어가 되어 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


Women are choosing not to identify as feminists. Apparently, I am among the ranks of women whose expressions are seen as too strong, ‘too aggressive,’ isolating and anti-men, unattractive, even. Why has the word become such an uncomfortable one?


여성들은 페미니스트가 되기를 저어합니다. 분명 저 또한 '강한 표현','공격적임','고립적이고 반남성적인','매력적이지 않은' 여성 순위에 들어가 있을 것입니다. 왜 이렇게 페미니즘은 불편한 것이 되었을까요?



아마 이건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누구나 느꼈을 경험일 것이다. '저는 페미니스트예요'라고 말하는 것은 남성의 입지를 줄이고자 하는 사람, 남성에게 부당한 죄의 프레임을 씌우는 사람, 안정된 조화를 망치는 사람 쯤으로 여겨지는게 다반사다. 엠마 왓슨 또한 이런 페미니즘의 현실에 대해 경험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이에 대해 어떻게 얘기하고 있을까?  






이 후 엠마 왓슨은 남성과 여성이 똑같은 대우를 받는 것과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은 스스로 내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또 사회적으로도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상의 어느 나라에서도 여전히 이런 성평등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엠마 왓슨은 스스로를 운 좋은 여성이었다고 표현한다. 부모는 자신이 딸이라는 이유로 사랑을 덜 주지 않았으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장 과정에서 무언가를 제한 받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에게 이런 공정한 양육과 가르침을 준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선생님들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의도하지 않았을지언정 그들은 오늘날 세상을 바꾸고 있는 페미니스트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We need more of those and if you still hate the word, it is not the word that is important. It’s the idea and the ambition behind it.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 더 필요합니다. 만약 당신이 이 단어(페미니즘, 페미니스트)를 싫어하더라도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건 그 단어 뒤에 있는 생각과 열정입니다.



우리가 지켜야 될 건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아니다.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본질은 우리의 행동, 우리의 말, 우리의 생각이다.  만약 당신이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싫어하고 그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당신은 당신의 어머니, 당신의 자매가 사회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고 누군가에게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이나 모욕을 받지 않길 원한다면 당신은 이미 페미니스트다. 엠마 왓슨은 이 연설을 통해 남성들을 지칭해 호소한다.


Men, I would like to take this opportunity to extend your formal invitation.” [Applause break] “Gender equality is your issue too. Because to date, I’ve seen my father’s role as a parent being valued less by society despite my needing his presence, as a child, as much as my mother’s. I’ve seen young men suffering from mental illness, unable to ask for help, for fear it would make them less of a man. In fact, in the U.K., suicide is the biggest killer of men, between 20 to 49, eclipsing road accidents, cancer and coronary heart disease. I’ve seen men made fragile and insecure by a distorted sense of what constitutes male success. Men don’t have the benefits of equality, either.


남성 여러분, 저는 이 기회를 통해 여러분이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성평등은 여러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저는 부모로서 제 아버지의 역할이, 제 어릴 적 어머니를 필요로 했던 만큼 아버지를 필요로 했음에도 사회적으로 저평가 되어 있는 것을 봐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젊은 남성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남자 답지 못하다는 인식의 두려움으로 인해 도움을 요청할 수 없어 힘들어 하는 것을 봐왔습니다. 사실 영국에서 암과 심장병을 넘어 자살은 20세에서 49세까지의 남성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남성들이 남성의 성공을 구성하는 것들에 대한 왜곡된 인식 때문에 약해지고 불안정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남성 또한 평등의 이익을 갖지 못합니다. (남성들 또한 불평등의 피해자이다)


'남성다움'이라는 사회적 편견, 남성의 성공을 중요시 여기고 이를 강조하는 사회 구조는 결국 남성을 공격적으로 만들고 같은 일에 더 큰 좌절을 느끼도록 종용한다. 남성이 자유로워 질 때 그들은 여성의 복종을 강요할 필요가 없어지며 여성들 또한 지배하거나 종속되지 않을 것이다. 즉, 페미니즘은 결국 남성의 프레임을 걷어내는 작업이기도 하며 이것은 양성 모두에게 '자유'를 선사한다. 남성과 여성, 두 성은 반대의 지점이 아니라 하나의 스펙트럼일뿐이다. 


이어서 엠마 왓슨은 우리가 상대에게 규정 짓는 것을 그만두고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정의하기를 촉구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모두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남성들도 이 책임을 이어서 자신의 딸, 여자 형제들, 어머니들의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세상의 모든 아들들도 연약할 수 있고 사회가 규정하는 성공과 다른 방향을 추구할 수 있고 그로부터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는 사회적 기준이 아니라 본인의 기준으로 행복의 척도를 선택할 수 있어야 된다. 그게 남성이든 여성이든.


왜 우리는 굳이 이런 말을 해야되는가? 남들의 눈흘김을 받고 싸움꾼이라는 오명을 쓰면서까지. 그저 조용히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편하게 살 수도 있는데 말이다. 엠마 왓슨은 이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지금, 우리가 아니라면 누가 언제 할 것인가?" 만약 이 현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남성과 여성이 자유로워지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1550만 명의 소녀들이 앞으로 16년 살에 어린이인채로 결혼할 것이며 현재 속도로는 모든 지방의 아프리카 소녀들이 중등교육을 받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눈을 돌리더라도 이 현실은 계속해서 우리 앞에 따라올 것이다. 그리고 많은 문제들을 야기할 것이다. 이것이 정말로 다른 사람들의, 다른 세계의 싸움인가? 그들을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일부 '특정한' 무리의 이야기인가? 우리는 누군가의 엄마로, 아빠로, 딸로, 아들로, 형제 자매로 살아가는 사회의, 인간 구성원이다. 그리고 사회적 기대와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잘못된 인식이 우리와 우리의 가족과 친구의 자유를 구속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 틀을 바꾸고 변화시켜야 한다. 우리 모두 한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이고 그래서 소중하기에 지금이 아니면 안되는 것이다. 



<▼엠마 왓슨 'I'm a feminist' UN 연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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