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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서 애 안 낳는다고 파혼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 자기가 생각했을땐 일 그만두고 애 낳고 기르고 엄마와 아내로서 사는게 훨씬 편한 것 같은데 자기가 돈 번다는데 어째서 일을 그만두려고 안하고 그런 힘든 삶을 살려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또 애도 안 낳으면서 결혼은 왜 하냐는 입장. 여기서 남자는 굉장한 착각을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애를 낳고 기르는 엄마의 의무를 다하는 삶 대신 여자에게 잃는 것은 클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엄마가 되어 아이를 기르는 것, 그리고 아내로서 남편은 내조하는 것은 정말 힘든일이고 많은 것을 감수하는 삶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보상이 없다. 심지어 마치 여자에게는 원래부터 모성애가 있는 것처럼 그리고 남편을 내조하는 것이 아주 당연한 일인듯 인식된다. 그리고 겨우 나이들어서야 우리 엄마가 날 기르면서 힘들었지 하는 정도의 위로를 받게 되지만 그것만으로 그녀가 잃은 것들을 만회하는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심지어 경제력 상실과 동시에 자신의 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우선적으로는 딸로서의 역할은 거의 끝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꼭 경제적 도움이 아니라도 내 부모와의 여행같이 시간을 보내는 일은 여자의 인생에서는 이제는 꿈같은 일이 된다. 그리고 시부모님을 부양하는 것이 바깥에서 돈 버는 남편을 위한 내조의 일환이 된다. 심지어 사회적으로 자신의 자존감은 바닥이 된다. 일에서 얻는 경제력과 보람, 사회적 자존감의 성취는 더이상 없다.



역할을 바꿔서 남성에게 (생물학적 한계로 출산의 몫은 여자가 감당한다쳐도) 육아, 처가 부모의 봉양, 밖에서 일하는 와이프가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집안일을 모두 책임지는 것을 감당하게 한다면 어떨까. 심지어 힘들다는 말을 해도 몇번은 받아쳐도 누구도 공감해주는 사람도 없다. 내 부모 생신상은 못 챙겨드려도 와이프 친정 부모님 생신상은 꼭 내 손으로 챙겨드려야 되고 명절에 처가댁에는 명절 전날부터 가서 다음날 점심까지 먹고 와야 되지만 우리 부모님은 빠르면 점심시간 늦으면 저녁시간에 가서 한끼 먹고 집으로 돌아온다. 물론 처가댁에 도착하자마자 밀린 집안일과 명절음식, 뒷정리는 남편의 몫이고 일하느라 힘든 부인은 거실에서 쉬게 한다. 겨우 이런 일과를 끝내고 내 부모님이 기다리는 집으로 가면 부모님은 한사코 와이프가 일을 하게 하지 않으신다. 일 하느라 힘든 며느리 왜 시키냐고 진수성찬을 차려주시고 와이프는 먹고 애교없이 묵묵히 앉아있다 얼른 일어나 집에 돌아온다. 명절 뿐아니라 이런 레퍼토리는 평소에도 마찬가지이다. 처가댁에서는 이틀에 한번씩은 꼭 전화가 오고 집안 일을 체크하거나 와이프 식사에 대해 이것 저것 훈수를 두신다. 바깥일 하는 여자를 위한 남편 도리를 항상 얘기하시고 잠자리 문제도 가끔은 거론하신다. 남자가 잘해야 여자가 성공하는거라며 내조를 확실히 할 것을 당부하는건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꼭 주말이면 처가댁에서 밥을 먹자고 연락이 오며 집에 불쑥불쑥 찾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내 딸 집에 오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신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며느리 일하는데 힘들까봐 일절 찾아오지 않으신다. 남편이 처가 부모님께 안부전화는 꼭 드려야 되지만 와이프가 시부모님께 전화하는 것은 거의 드물다. 생신때도 몇번을 말해줘야 겨우 연락을 드린다. 하지만 남편이 처가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소홀히 하는 것은 도리를 져버리는 일이다. 물론 처가 부모님이 혼자가 되시거나 연로하시면 봉양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내 부모님을 모시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와이프는 바깥에서 돈을 벌어 가정을 지키기 때문이고 남편은 벌어온 돈으로 살림과 제 자식을 키우는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이기때문이다. 



물론 이런 상황설정에 반박할 여지는 많다. 하지만 분명 우리 이전세대 어머니들에게 이런 삶은 별로 특별하거나 이상한 모습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살았고 그게 당연하다 여겨졌다. 이런 어머니를 봐온 딸들은 더이상 어머니처럼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 어머니들도 딸들이 자신처럼 사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이런 구시대적인 삶의 모습을 살고 있거나 살기를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위에 글을 쓴 남자같은 사람이다. 또는 새로운 세대인듯 맞벌이와 함께 공동의 가정을 만들길 지향한다 말하지만 막상 현대의 여성의 역할과 더불어 아내의 도리를 전통이고 의무라며 강요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건 남성 뿐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박힌 여성의 가치관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시대의 변화에 따라 많은 논란과 싸움이 있다. 편을 가르고 내 것, 네 것을 따지고 칼 같이 역할과 결과를 분담하려 한다. 하지만 가정은 양쪽에 손잡이가 있는 바구니 같은 것이다. 한 사람이 한 쪽을 들면 다른 한사람도 나머지 한 쪽을 들면 된다. 같은 짐을 들기에 누가 더 무겁고 누가 더 힘들고는 없다. 서로 짐을 나눠짊어지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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