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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세기말으로 떠들썩한 해, 또 하나의 대박(?) 기사가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삼성의 맏딸 이부진과 평사원 임우재와의 결혼 소식. 남자판 신데렐라 스토리로 둘의 연애 스토리가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 



연애는 커녕 만날 일조차 드문 전혀 다른 계층(?)간의 결혼으로 그들의 러브스토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지대했다. 당시 언론에 밝혀진 두 사람의 인연은 이랬다.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임우재는 95년 삼성물산에 입사한다. 당시 삼성복지재단에 속해있던 이부진은 회사와 관련한 사회복지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임우재의 부서도 같은 활동을 하게 되었고 둘은 이곳에서 인연이 이어져 사랑이 싹트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통해 본다면 결혼은 99년이었으니 95년 만남 이후로 약 4년 간의 긴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셈. 당시 카더라 통신으로는 두 사람의 연애기간이 길었던건 그간 이건희와 홍라희 여사 등 집안의 결혼 반대가 굉장히 심해서 늦어진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이 소문의 이야기를 뒷받침하듯 임우재 이부진의 결혼식 사진에서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여사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아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하지만 2014년부터 시작된 이혼소송 과정에서 밝혀진 비하인드 스토리에 의하면 오히려 이건희 회장이 결혼을 추진했다고 한다. 임우재는 계층간의 차이때문에 이부진과의 결혼을 부담스러워했으나 그 말이 곧 법이었던 삼성 오너의 명령 아닌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게다가 그간 알려져왔던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는 평범한 출신의 임우재를 커버하기 위한 일종의 만들어진 이야기였다고 한다. 임우재는 사실 이건희 회장의 경호원 출신으로 이후 이부진 사장의 경호원으로 일하며 인연이 이어졌다. 몸이 약한 이부진이 임우재에게 많이 의존했고 심지어 결혼을 먼저 제안한 것도 이부진이었다고. 임우재의 인터뷰 내용으로 보아 연애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이부진을 '아가씨'라고 호칭했던 것으로 추측된다(당시 결혼을 제안하는 이부진에게 '아가씨 안됩니다' 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이후 이건희 회장의 결혼 지시(?)에 두 사람의 결혼은 추진되었고 그는 화제의 중심에 오르게된다.



그러나 재벌가에 입성한 평범한 남자의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결혼 후 알콩달콩한 부부의 삶이 아닌 '아가씨'의 남편에 걸맞는 명함을 갖기 위한 작업이 바로 이어진다. 그는 바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전문경영인과정을 밟게 된다. 사실 그의 전공은 전산 관련 분야로 경영과는 전혀 다른 분야였고 영어에도 익숙하지 않은데다 심리적 부담까지 겹치면서 유학 중 두번이나 자해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부진이 임우재를 발견해 죽지 않았다고. 당시 그의 심리적 부담이 얼마나 심했는지 추측이 가는 대목이다. 게다가 자신의 남편이 그 자리를 버거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이부진의 마음도 굉장히 힘겨웠을 것이다.



힘든 과정을 겪고 돌아온 2005년부터 임우재는 본격적으로 삼성가의 가족 코스를 밟는다. 승진을 이어가며 전무에서 삼성전자의 부사장으로 승진하지만 둘째 사위 김재열보다는 항상 승진의 직급이 낮고 늦었다. 그래서 공공연하게 삼성의 첫째 사위가 무시를 받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다만 이부진이 호텔신라의 경영에 있어 긍정적인 대외이미지 구축,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승진에 성공하면서 어느정도 소문을 완화한 측면이 있었다. 



"결국 벽을 넘지 못하고..."


이런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4년 두 사람은 이혼소송에 들어간다. 이후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양측의 첨예하게 갈리는 주장과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안겨줬다.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삼성가만의 세상. 자신의 아들이지만 이건희 회장의 손자이기에 어려웠고 자신의 부모님에게 손자를 보여줄 수도 없었다는 등의 임우재의 주장은 일반인들에게는 충격적일만큼 낯선 것이었다.


한 가정이 무너진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게다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의, 사랑, 인내심으로 극복할 수 없는 가치관과 계급의 차이도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한 남자와 한 여자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고 남들이 말릴만큼, 심지어 스스로조차 두려워할만큼 높고 단단한 벽을 넘고 깨보려고 시도했다. 오랫동안 힘들어했고 인내했고 싸워왔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이야기의 끝은 서로의 손을 놓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씁쓸한 결말.. 그것은 결국 한여름 밤의 꿈이었다"


현재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는 이부진이 되었다. 임우재는 재산분할 86억원을 지급받고 한달에 한번 아들과 만나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일반인이 평생 만지지 못할 돈을 이혼 한번으로 가졌으니 그리 나쁜 것이 아니다, 아들을 못 만나더라도 삼성에서 잘 키워줄 것 아니냐, 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지내온 시간과 상처는 돈으로 모두 해결되는게 아니다. 게다가 둘은 헤어졌지만 둘 모두가 가장 사랑해마지 않을 아들의 상처도 무시할 수 없다. 그들에게 이 이야기가, 이 결말이 정말 돈을 많이 받았으니 됐고 돈을 많이 줬으니 됐을, 돈으로 해결하면 괜찮을 이야기였을까? 법적으로는 결론이 났지만 아직 둘의 삶에서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자 상처로 평생 짊어질 무게가 아닐까 싶다. 이 이야기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부디 다시 평온한 일상을 찾아가기를, 상처가 평생 아물 수 없는 것이라면 상처의 의미가 더 깊은 이해와 사랑을 피울 수 있게되는 계기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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