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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말았습니다. 남자친구는 저에게 너무나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2년을 넘게 사귀면서 단 한번도 의심될만한 상황도 없었고, 항상 사랑받는다 느끼게 해준 사람입니다. 하지만 최근 남자친구의 핸드폰을 보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검색 내역에 어떤 여자 이름을 발견했어요. 그 후로 신경 쓰고 있다가 최근 남친의 친한 친구와의 카톡에서 그 여자 이름이 나온걸 확인했어요. ㅇㅇ(남자친구의 첫사랑)이는 평생 계속 생각날 것 같다. 항상 그리움으로 남아있다는 내용이었고 저는 너무 충격적이고 절망적인 상태예요. 남자친구는 무슨일 있냐고 하지만 쉽게 말을 꺼내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언제나처럼 다정하고.. 무엇보다 제가 너무 사랑하는 그를 떠나기 힘듭니다. 어떻게 해야 될까요? 정말 잊지 못하고 영영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첫사랑은 남자에게 대체 무슨 의미인가요?





A.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과 별개로 현재의 남자친구는 당신에게 어떤 사람인가요? 당신을 소홀히 하고 외롭게 남겨두는 사람인가요? 사실 누구에게나 잊지 못하는 그리움의 대상은 있습니다. 다만 어떤 사람은 그리움을 그리움대로 남겨두지 않고 현재로 꺼내오려고 하거나 혹은 그것때문에 현재를 등한시 하는 경우가 있죠. 하지만 만약 그리움을 그것의 모습대로 남겨둘줄 아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감정과 현실을 잘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물론 내가 그의 마음 전부를 차지하지 못한다는 점, 그게 나를 사랑하는걸까 싶은 의문이 들기도 하겠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그게 내내 마음에 걸린다면 남자친구에게 솔직히 말해보세요. 당신이 누군가를 많이 그리워해서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솔직하지 못한거라면 말해달라고. 그가 그리움으로 남은 과거의 잔재 때문에 현재의 당신을 잃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그는 충분히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겁니다. 사랑과 추억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설령 그가 오늘의 당신이 아닌 어제의 그녀를 택한다 해도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그도 언젠가 당신의 추억 언저리에서 살게 될테니까요.





:: 인연의 의미


누군가를 오래 잊지 못한다는 것이 꼭 그 대상을 계속 사랑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서툴고 아쉬웠던 감정은 언젠가 만회하고 싶다는 후회로 남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만회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희미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느 순간부터는 대상에 대한 사랑보다는 젊은 날, 그 순간에 했어야 됐지만 하지 못했던 선택이 더 아쉬움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그 단어의 속성처럼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날 수록 짙어지면서 점점 현실성은 옅어지는 감정이다. 만약 그리움이 현실과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은 더이상 그리움이 아닐 것이다. 하늘에 예쁘게 빛나는 달도 가까이 보면 황량한 흙더미이듯이 그리움도 마찬가지이다. 현실과 동떨어져 멀리 닿을 수 없는 곳에 있기에 아름답다 여겨진다. 그리움은 그저 멀찌감찌 떨어져 가끔 밤하늘 바라보듯이 할 수 있는 자리에 있을때 가장 아름답다.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수필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피천득은 아사코를 오래 그리워했으나 세번 밖에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라고 회상한다. 우리의 삶에는 수많은 인연이 있다. 어떤 사람은 오늘의 사랑으로, 어떤 사람은 어제의 그리움으로 남기도 한다. 오늘의 사랑은 내 곁에 숨쉬고 있다. 함께 보내는 오늘에서 희노애락을 나누며 체온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존재이다. 그리고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는 것, 걷다가 어느날 잠시 올려다본 밤하늘 달처럼 그렇게 남겨두는 것이 제일 아름답다. 그것이 각자 인연의 자리일 것이다.



:: 당신의 감성을 채워줄 첫사랑에 대한 영화 추천 ::


  • 건축학개론

  • 500일의 썸머

  •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 클래식

  • 위대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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